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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공부
한시 작법 · 3장 · 2026-10-21 갱신

대장

율시의 함련·경련을 지탱하는 대장의 문법·의미·평측 원리와 고전·현대의 분류 체계, 열 쌍의 중련 작례, 합장 등의 병폐, 절구의 대장 운용을 살핀다.

대장은 무엇을 나란히 마주 세우는가

한시에서 한 연(聯)을 이루는 앞 구절인 출구(出句, 홀수 구)와 뒤 구절인 대구(對句, 짝수 구)가 문법 구조와 어휘 범주, 그리고 소리의 높낮이에서 나란히 짝을 이루는 작법을 대장(對仗, 의장대가 좌우로 마주 서듯 두 구절을 대칭으로 맞세우는 법)이라 부른다[S24, S57]. 흔히 입문 단계에서는 대장을 ‘명사 밑에 명사를 놓고 동사 밑에 동사를 놓는 낱말 바꾸기’ 정도로 단순하게 이해하기 쉽다. 그러나 고전 시학에서 말하는 대장은 낱글자의 품사 치환에 그치지 않고, 구절 안의 통사적 짜임과 의미의 긴장, 그리고 평측 규칙의 소리 대비가 한꺼번에 맞물리는 입체적인 구성 원리다[S24, S57].

품사·구문 구조·의미 영역·평측의 사중 결합

좋은 대장이 성립하려면 출구와 대구 사이에서 네 가지 층위가 함께 호응해야 한다[S24, S57].

  1. 품사와 어휘 단위의 대응: 출구의 특정 자리에 명사가 놓이면 대구의 같은 자리에도 명사가 놓이고, 동사·형용사·수량사·방위어·허사(어조사나 부사) 역시 같은 성질의 말끼리 짝을 이룬다[S24, S57]. 고유명사(인명·지명)나 숫자는 그 자체가 강력한 대장의 단위가 되며, 이때는 글자 수와 말뜻의 짝을 함께 맞춘다[S24].
  2. 구문 구조(문장 짜임)의 일치: 낱글자의 품사가 같더라도 두 구절 안에서 수식어·주어·술어·목적어가 맺는 문법적 관계가 어긋나면 대장이 반듯하게 서지 않는다[S24, S57]. 예컨대 출구의 뒤 세 글자가 ‘타동사 + 목적어(2자)’ 구조라면 대구의 뒤 세 글자도 ‘타동사 + 목적어(2자)’ 구조로 맞추고, 출구가 ‘부사어 + 자동사’ 구조라면 대구도 같은 통사 골격을 갖추어야 한다[S24, S57].
  3. 의미 범주의 호응과 대비: 어휘가 속한 의미 영역(하늘의 해·달·별·구름을 가리키는 천문[天文], 산·강·들·바다를 가리키는 지리[地理], 풀·나무·꽃의 초목[草木], 새·짐승의 금수[禽獸], 의복·기물·인사 등)이 서로 맞닿거나 선명한 대조를 이루어야 시적 공간이 넓어진다[S24, S57].
  4. 평측의 반대 대립: 같은 품사와 같은 구문으로 두 구를 짠다 하더라도, 두 구의 리듬 중심 글자나 핵심 어휘가 똑같은 성조로 막혀 버리면 근체시의 대장이 될 수 없다[S24]. 연 안의 대(對) 원칙에 따라 출구와 대구의 주요 리듬 자리 평측이 서로 반대로 교차해야 비로소 시각적·문법적 대칭 위에 음악적 대비가 완성된다[S24, S57].

대우와 대장의 쓰임 구분

문헌을 읽다 보면 대장(對仗)과 함께 대우(對偶, 두 어구나 문장이 짝을 이루는 수사 방식)나 대구(對句)라는 말을 자주 만난다. 넓은 의미에서 이 말들은 서로 통용되지만, 엄밀히 가려 쓸 때에는 맥락의 차이가 있다[S32, S57].

대우(對偶)는 한위육조(漢魏六朝)의 산문·변려문(騈儷文)·고체시를 아울러 문장 수사 일반에서 두 구절이 의미와 어구상 짝을 이루는 현상을 포괄적으로 가리키는 말이다[S32, S57]. 반면 대장(對仗)은 당대 이후 확립된 근체시, 그중에서도 율시(律詩)의 격률 체계 안에서 평측의 대립과 연의 위치 규칙까지 갖추어 짝을 맞추는 작법 용어로 주로 쓰인다[S24, S57]. 따라서 육조 시대의 고전 문론이 말한 대우의 분류와 후대 율시 작법서가 세운 대장의 분류를 곧바로 하나의 표로 합치지 않고 각각의 기준 축을 나누어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S24, S32, S57].

대장을 나누는 두 갈래의 분류 축

전통 시론과 근현대 작법서에는 대장의 종류를 부르는 여러 이름이 등장한다. 성기옥의 『한시의 맛』(스캔 67–68쪽)이 정리하듯, 이 이름들은 하나의 일렬 서열표가 아니라 내용·취지의 관계를 묻는 고전 수사의 축과 어휘·구문 대응의 엄격성 및 문장 연결 방식을 묻는 율시 작법의 축으로 나뉜다[S24, S57, S59].

『문심조룡』의 고전 수사 분류 — 언대·사대·정대·반대

대우의 내용적·논리적 관계를 체계적으로 나눈 가장 이른 고전은 남조 양(梁)나라 유협(劉勰)이 지은 문학 이론서 『문심조룡(文心雕龍)』의 「여사(麗辭)」 편이다[S32]. 유협은 문장의 대우를 네 가지 범주로 나누어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言對者,雙比空辭者也。 — 유협, 『문심조룡』 「여사」 [S32]

事對者,並舉人驗者也。 — 유협, 『문심조룡』 「여사」 [S32]

反對者,理殊趣合者也。 — 유협, 『문심조룡』 「여사」 [S32]

正對者,事異義同者也。 — 유협, 『문심조룡』 「여사」 [S32]

네 구절의 뜻을 차례로 풀면 다음과 같다[S32].

  • 언대(言對): 옛 고사나 역사적 사실을 끌어오지 않고, 눈앞의 경물이나 일반적인 시어(空辭)만을 나란히 견주어 짝지은 대우다.
  • 사대(事對): 옛사람의 행적이나 역사적 고사·전고(人驗)를 두 구절에 나란히 들어 짝지은 대우다.
  • 반대(反對): 두 구절이 말하는 이치나 방향은 서로 상반되지만(理殊), 그 대조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시적 취지는 하나로 모이는(趣合) 대우다.
  • 정대(正對): 두 구절에 끌어온 사물이나 사건은 서로 다르지만(事異), 그것이 가리키는 뜻과 정서의 방향은 같은 쪽을 향하는(義同) 대우다.

유협은 『문심조룡』에서 언대는 짓기 쉽고 사대는 짓기 어렵다(言對為易,事對為難)고 평하는 한편, 언대와 사대 각각에 다시 반대와 정대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S32]. 즉 고사를 쓰지 않은 순수 경물 묘사(언대)라도 두 구의 뜻이 정반대로 맞설 수도(반대) 있고 나란히 같은 정서를 가리킬 수도(정대) 있으므로, 이 분류들은 서로 교차하는 관계에 있다[S32].

율시 작법서의 대응 방식 분류 — 공대·인대·관대·차대·유수대·당구대

한편 당대 이후의 근체 율시를 분석하는 작법서들과 『한시의 맛』(스캔 67–68, 72–73쪽)에서는 두 구절의 어휘 범주가 얼마나 정밀하게 맞물리는가, 혹은 구절 안팎의 문법 흐름이 어떠한가에 따라 다음과 같은 분류를 사용한다[S24, S57, S58, S65, S85].

  • 공대(工對): 출구와 대구의 각 글자가 품사와 구문 구조는 물론, 천문 대 천문, 지리 대 지리, 초목 대 초목, 금수 대 금수처럼 좁은 하위 의미 범주까지 정교하게 맞아떨어지는 대장이다[S24, S57].
  • 인대(鄰對): 두 어휘가 똑같은 하위 범주에 속하지는 않더라도, 공간과 시간, 천문과 시령(계절·시간), 식물과 동물, 의복과 기물처럼 서로 이웃하고 연관된 의미 영역끼리 짝을 이루는 대장이다[S24, S57].
  • 관대(寬對): 품사와 문장 구조의 큰 골격은 서로 대응하지만, 어휘의 의미 범주에 엄격한 제약을 두지 않고 폭넓게 짝을 맞춘 대장이다[S24, S57]. 공대보다 허용 폭이 넓어 시상을 자연스럽게 펼칠 때 자주 쓰인다[S24, S57].
  • 차대(借對): 한 어휘나 글자가 지닌 다른 뜻이나 소리를 빌려 와 대구의 짝을 맞추는 기법이다[S24, S57, S85]. 문맥에서 쓰인 본뜻 외에 그 말이 가진 다른 의미(예: 길이 단위나 숫자 뜻)를 겹쳐 대칭을 이루면 **차의대(借義對)**라 하고[S57, S77, S85], 글자의 동음·유사음 관계를 통해 색채나 방위 등의 다른 글자를 연상시켜 짝을 맞추면 **차음대(借音對, 자료에 따라 성대·聲對)**라 부른다[S57, S85]. 다만 차음대의 예로 종종 거론되는 두보(杜甫) 〈진주잡시(秦州雜詩)〉 제3수의 함련은 위키문고 전사본에 “마교주한락, 호무백제사(馬驕朱汗落,胡舞白題斜)”로 실려 있어 ‘붉을 주(朱)’와 ‘흰 백(白)’이 바로 색채로 대응하지만, 다른 판본이 ‘구슬 주(珠汗)’를 취하면 ‘주(珠)’의 음을 빌려 ‘주(朱)’로 맞춘 차음대 분석이 되므로 판본을 확인하지 않은 채 단일 사례로 고정해서는 안 된다[S66, S78].
  • 유수대(流水對): 대장을 이룬 출구와 대구가 각각 독립된 정지 화면으로 나뉘지 않고, 시간의 선후나 인과·조건 관계로 물 흐르듯 이어져 두 구절이 합쳐져야 하나의 완결된 문장 뜻이 되는 대장이다[S24, S57, S58]. 유수대를 대칭이 느슨하거나 대장이 약한 경우로 낮추어 보아서는 안 되며, 단어별 품사·평측 대칭을 지키면서도 문장 전체에 생동하는 호흡을 불어넣는 고도의 기법으로 이해해야 한다[S24, S57, S58].
  • 자대(自對) · 당구대(當句對): 출구와 대구가 위아래로 마주 설 뿐 아니라, 한 구절 안에서도 앞뒤 어휘끼리 스스로 짝(대우)을 이루는 방식이다[S65, S85]. 남송(南宋)의 학자 홍매(洪邁)는 『용재속필(容齋續筆)』 권3 「시문당구대(詩文當句對)」에서 이 기법의 유래를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唐人詩文,或於一句中自成對偶,謂之當句對。 — 홍매, 『용재속필』 권3 「시문당구대」 [S65]

당나라 사람들의 시문 가운데 한 구절 안에서 스스로 대우를 이루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당구대’라 부른다는 설명이다[S65]. 현대 작법서에서는 이를 자대(自對) 또는 구중대(句中對)라고도 부르며, 분석하는 학자에 따라 차대·공대·당구대의 이름이 한 구절에 겹쳐 붙기도 한다[S24, S57, S65, S85].

율시의 대장과 열 쌍의 실제 작례

여덟 구 네 연으로 짜이는 율시(律詩)는 제1·2구를 수련(首聯), 제3·4구를 함련(頷聯), 제5·6구를 경련(頸聯), 제7·8구를 미련(尾聯)이라 부른다[S24, S57]. 이 가운데 대장이 놓이는 정칙(正則) 자리는 시의 허리에 해당하는 중간 두 연, 곧 **함련(제3·4구)과 경련(제5·6구)**이다[S24, S57].

함련과 경련의 중심 역할과 수련·미련의 변형

고전 작법서인 『시법가수(詩法家數)』 「율시요법(律詩要法)」은 율시의 중간 두 연이 갖추어야 할 요건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中間兩聯……須要血脈貫通,音韻相應,對偶相停,上下勻稱。 — 『시법가수』 「율시요법」 [S33]

頸聯轉意要變化。 — 『시법가수』 「율시요법」 [S33]

중간 두 연(함련과 경련)은 시 전체의 혈맥이 막힘없이 통하고, 소리와 운이 서로 호응하며, 대우가 서로 균형을 이루고, 위아래가 고른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뜻이다[S33]. 아울러 함련에서 경물을 핍진하게 펼쳤다면, 세 번째 연인 경련에서는 뜻을 돌려 변화를 주어야(轉意要變化) 두 연이 같은 자리에서 맴돌지 않는다[S33].

물론 실제 작품에서는 시인의 의도와 시상에 따라 대장의 위치에 변형이 나타나기도 한다[S24, S57]. 두보의 〈등고〉(登高)처럼 첫 연인 수련(제1·2구)부터 대장을 시작해 세 연 또는 네 연 전체를 대구로 엮는 작품도 있고, 반대로 함련을 대장 없이 쓰고 경련에 대장을 두는 봉요격(蜂腰格), 또는 수련에 대장을 앞당겨 쓰고 함련을 대장 없이 쓰는 투춘격(偷春格) 같은 특례도 존재한다[S24, S53, S57]. 그러나 이러한 변형 가능성을 율시의 통상 규칙과 혼동해서는 안 되며, 기본 규범은 어디까지나 함련과 경련 두 중련(中聯)에 대장을 두는 것이다[S24, S57].

유형별 율시 대장 열 쌍과 한국 한시 작례 분석

성기옥의 『한시의 맛』(스캔 72–73, 201–210쪽)이 강조하듯, 대장의 여러 유형은 실제 작품 속에서 배타적인 칸막이로 나뉘기보다 서로 겹쳐 나타난다[S24]. 어휘 범주로는 공대이면서 문장 흐름으로는 유수대일 수 있고, 구 안의 자대(당구대)이면서 동시에 차의대일 수도 있다[S24, S57, S58, S65, S85]. 아래 표와 해설은 당대 율시의 함련·경련·미련에서 뽑은 열 쌍의 대표 작례와 한국 한시의 중련 작례다[S49, S50, S53, S55, S67, S70, S80, S81, S82, S83].

분류 후보작품 및 중련 원문연 위치와 대장 검토점한시나루 작품 연결 및 출처
공대(工對)왕유 〈산거추명(山居秋暝)〉: 「明月松間照,清泉石上流」함련(3·4구). 명월(明月, 천문)/청천(清泉, 지리·수물), 송간(松間)/석상(石上, 초목·지리와 방위), 조(照)/류(流, 동사)가 구문 자리와 품사에서 치밀하게 대응한다.〈산거추명〉 [S50, S57]
공대(工對)두보 〈춘망(春望)〉: 「感時花濺淚,恨別鳥驚心」함련(3·4구). 감시(感時)/한별(恨別, 동목 구조), 화(花, 초목)/조(鳥, 금수), 천루(濺淚)/경심(驚心, 동목 구조)가 빈틈없이 맞물린다.〈춘망〉 [S49, S57]
관대(寬對) 후보왕만(王灣) 〈차북고산하(次北固山下)〉: 「潮平兩岸闊,風正一帆懸」함련(3·4구). 조평(潮平)/풍정(風正), 양안(兩岸)/일범(一帆), 활(闊)/현(懸)의 구문 골격과 수량(兩/一)은 정밀하나, 언덕(岸, 지리)과 돛(帆, 기물)의 하위 의미 부류를 넓게 잡은 관대(또는 인대·공대)로 분석된다.〈차북고산하〉 [S57, S70]
인대(鄰對) 후보두보 〈등고(登高)〉: 「萬里悲秋常作客,百年多病獨登臺」경련(5·6구). 만리(萬里, 공간 거리)와 백년(百年, 시간 세월)이 이웃한 수량·시공 범주로 짝을 이루며, 비추(悲秋)/다병(多病), 상작객(常作客)/독등대(獨登臺)가 맞선다(공대에 가깝게 보는 분석도 병존).〈등고〉 [S53, S57]
차의대(借義對) 후보두보 〈곡강이수(曲江二首)〉 제2수: 「酒債尋常行處有,人生七十古來稀」함련(3·4구). ‘심상(尋常)’은 문맥상 ‘보통·예사’라는 뜻이지만, 옛 길이 단위인 여덟 자 ‘심(尋)’과 열여섯 자 ‘상(常)’의 뜻을 빌려 아랫구의 숫자 ‘칠십(七十)’과 맞춘 차의대(및 당구대) 후보로 꼽힌다.〈곡강이수〉 [S67, S77, S85]
차음대(借音對) 후보두보 〈배정광문유하장군산림십수〉 제7수: 「野鶴清晨出,山精白日藏」경련(5·6구). 야학(野鶴)/산정(山精), 출(出)/장(藏)이 맞서고, ‘청신(清晨, 맑은 새벽)’의 ‘청(清)’을 동음인 푸를 ‘청(青)’으로 빌려 아랫구 ‘백일(白日)’의 ‘백(白)’과 색채 대칭을 이룬 차음대(성대)로 분류된다.〈배정광문유하장군산림십수〉 [S80, S85]
유수대(流水對)왕유 〈송재주이사군(送梓州李使君)〉: 「山中一夜雨,樹杪百重泉」함련(3·4구). 산속에 하룻밤 비가 내리자(원인) 그 뒤 나무 끝마다 백 겹의 샘물이 걸린 듯 쏟아진다(결과)는 뜻으로 두 구가 한 흐름으로 이어진다(전사본에 따라 一夜/一半 이문 존재).〈송재주이사군〉 [S83, S85]
유수대(流水對)두보 〈문관군수하남하북〉: 「即從巴峽穿巫峽,便下襄陽向洛陽」미련(7·8구). 곧장 파협에서 무협을 뚫고 지나, 바로 양양으로 내려가 낙양으로 향하리라는 귀향 여정이 시간·공간 순서대로 이어져 앞뒤 구를 뒤집을 수 없는 대표적 유수대다.〈문관군수하남하북〉 [S82, S85]
자대·당구대 후보두보 〈등왕정자(滕王亭子)〉: 「清江錦石傷心麗,嫩蕊濃花滿目班」경련(5·6구). 윗구 안에서 ‘청강(清江)’과 ‘금석(錦石)’이 자체로 짝을 이루고, 아랫구 안에서 ‘눈예(嫩蕊, 여린 꽃술)’와 ‘농화(濃花, 짙은 꽃)’가 자체로 짝을 이룬 뒤 두 구가 다시 마주 선다(『전당시』 권228은 班, 타 전사본은 斑).〈등왕정자〉 [S65, S81]
자대·당구대 후보두보 〈장부성도초당도중유작〉 제3수: 「書簽藥裹封蛛網,野店山橋送馬蹄」경련(5·6구). 윗구 안의 ‘서첨(書簽, 책갈피)/약과(藥裹, 약주머니)’와 아랫구 안의 ‘야점(野店, 들판 주막)/산교(山橋, 산 다리)’가 각각 구중 자대를 이루면서 위아래 구가 대장을 이룬다.〈장부성도초당도중유작〉 [S65, S81]

한국 한시에서도 중련 대장의 정교한 성취를 확인할 수 있다. 고려 중기 정지상(鄭知常)의 칠언율시 〈제등고사〉(題登高寺, 『동문선』 권12 수록) 경련(제5·6구)을 보자[S55].

日暖燕飛來別殿,月明猿嘯響空山。 — 정지상, 〈제등고사〉 제5·6구 [S55]

햇살 따스하니 제비는 날아 별전(別殿)으로 찾아오고, 달 밝으니 원숭이 휘파람 소리는 빈 산에 메아리친다는 구절이다[S55]. ‘일난(日暖, 따스한 낮)’과 ‘월명(月明, 밝은 밤)’, ‘연비(燕飛, 제비의 날갯짓 — 시각)’와 ‘원소(猿嘯, 원숭이의 울음 — 청각)’, ‘래별전(來別殿, 절의 전각으로 들어옴)’과 ‘향공산(響空山, 빈 산으로 퍼져 나감)’이 낮과 밤, 움직임과 소리, 인공의 공간과 자연의 공간을 선명하게 대비시킨다[S55].

또한 신라 말 최치원(崔致遠)의 〈춘효우서〉(春曉偶書, 원전 『동문선』 권12에는 8구 칠언율시로 실려 있으나 현재 사이트 색인은 칠언절구로 표시하므로 원전 구수와 편목을 따른다)에서도 함련 “함정조우세부세, 농염호화개미개(含情朝雨細復細,弄豔好花開未開 — 정을 머금은 아침비는 가늘고 또 가늘며, 고운 빛 뽐내는 좋은 꽃은 피었는 듯 아직 덜 피었네)”와 경련 “난세풍광무주자, 부생명리전유재(亂世風光無主者,浮生名利轉悠哉 — 어지러운 세상의 봄 경치는 주인이 없고, 뜬구름 같은 인생의 명리는 갈수록 아득하구나)”가 각각 자연의 봄빛과 인간사의 부침을 대구로 엮어 내고 있다[S26, S55].

대장의 병폐와 절구의 대장

대장은 두 구절을 짝지어 놓는 기법이지만, 형식적인 대칭에만 매달리다 보면 오히려 시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병폐에 빠지기 쉽다.

합장과 동자·동의어 반복, 퇴고의 원칙

율시 대장에서 가장 무겁게 경계하는 병폐는 **합장(合掌, 두 손바닥을 마주 합친 것처럼 위아래 구의 뜻이 똑같이 포개지는 현상)**이다[S24, S57]. 성기옥의 『한시의 맛』(스캔 83쪽)이 설명하듯, 합장은 단순히 출구와 대구가 비슷한 소재나 품사를 썼다는 이유만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다[S24]. 두 구절이 전달하는 의미 정보가 실질적으로 똑같아서, 대구가 출구의 말을 다른 한자로만 바꾸어 되풀이할 뿐 시상을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게 하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S24, S57]. 나아가 함련(제3·4구)과 경련(제5·6구) 두 연의 문장 구조가 판박이처럼 똑같이 반복되는 것 또한 넓은 의미의 합장으로 경계한다[S24]. 『시법가수』 「율시요법」은 두 구절과 두 연 사이의 의미 배분을 다음과 같이 짚었다.

有兩句共一意者,有各意者。若上聯已共意,則下聯須各意。 — 『시법가수』 「율시요법」 [S33]

한 연의 두 구절이 하나의 뜻을 함께 이루는 경우(유수대 등)가 있고, 각 구절이 서로 다른 뜻을 펼치는 경우가 있는데, 만약 앞 연(함련)에서 이미 두 구가 한 뜻을 함께 이루었다면 뒤 연(경련)에서는 마땅히 각 구가 서로 다른 뜻을 펼쳐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지침이다[S33].

합장인지 아닌지를 판정할 때에는 겉보기에 어휘가 닮았는지만 보지 말고, 두 구절의 대상·문법·논리적 역할을 나란히 대조해야 한다[S24, S57]. 예컨대 앞서 본 두보 〈춘망〉의 함련 “감시화천루, 한별조경심(感時花濺淚,恨別鳥驚心)”은 두 구 모두 정서와 자연물을 결합했지만, 윗구는 ‘시절의 비감(感時) — 꽃을 보며 눈물을 뿌리는 시각적 정경’이고 아랫구는 ‘이별의 한(恨別) — 새소리에 마음이 놀라는 청각적 충격’으로 감각과 정서의 층위가 분화되어 있어 합장이 되지 않는다[S49, S57].

또한 『한시의 맛』(스캔 83쪽)에서 함께 지적하듯, 한 연 안의 대구는 물론 여덟 구 전체에서 같은 글자(동자·同字)나 사실상 같은 뜻의 어휘가 거듭 나오는 일도 피해야 한다[S24]. 초고를 다듬고 퇴고(推敲)할 때에는 평측이나 글자 짝을 맞추려고 억지로 어순을 뒤집거나 시의 본뜻을 약하게 만들지 말고, 먼저 두 구절이 서로 다른 각도의 정경이나 사유를 담고 있는지 살핀 뒤 구문과 성조를 조율하는 순서를 지켜야 한다[S24, S33, S57].

절구와 대장의 선택적 활용

네 구로 이루어지는 절구(絶句)에는 율시와 같은 중간 두 연(함련·경련)이 없으므로, 대장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 의무 규칙이 없다[S31, S57]. 네 구를 모두 대장 없이 자연스러운 산문적 호흡(산구·散句)으로 이어 가더라도 완벽한 정격 절구가 된다[S31, S57].

그러나 절구에서도 시인이 시선의 대비나 공간의 확장을 짧은 호흡 안에 압축하고자 할 때에는 제1·2구(첫 연)나 제3·4구(둘째 연), 혹은 네 구 전체에 대장을 선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S31, S57]. 예컨대 왕지환(王之渙)의 오언절구 〈등관작루〉(登鸛雀樓)는 제1·2구를 “백일의산진, 황하입해류(白日依山盡,黃河入海流 — 밝은 해는 산에 기대어 다 저물고, 황하는 바다로 흘러드네)”라는 선명한 대장으로 열어 천지의 광활한 스케일을 단 열 글자로 제시한 뒤, 제3·4구(“欲窮千里目,更上一層樓”)에서는 유수대와 같은 연속된 호흡으로 사유를 도약시킨다[S57]. 이처럼 절구에서의 대장은 정해진 의무가 아니라 시상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 시인이 자율적으로 고르는 수사 장치다[S31, S57]. 대장과 성률을 시 전체의 구상 속에 어떻게 배치할 것인지는 다음 장인 짜임과 쓰는 순서에서 이어서 살핀다.

출처

  • [S24] 성기옥, 『한시의 맛: 율시의 대장과 요체 연구 I』, 책과이음, 2019(개인 소장 스캔본 67–68, 72–73, 83, 201–210쪽 참조). (등급 C, 저작권 자료 — 사실과 논지 위치만 참조)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 [S26] 한시나루 빌드 자료, 『한시나루 시인·작품 검색 색인』(repo public/index/reading/poets.json 및 search-*.json), 2026-10-21 확인. (등급 C, 프로젝트 내부 색인 대조) 인용으로 돌아가기 ↩1
  • [S31] 「평기 오언율시 중 제1·3자 평측지 연구(平起五言律詩中第一、三字平仄之研究)」, KCI 수록 학술 논문, 2019(ART002485038). (등급 C, 근체시 형식 및 성률 사실 참조)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3 ↩4
  • [S32] 유협(劉勰), 『문심조룡(文心雕龍)』 「여사(麗辭)」, 남조 양(梁) 원전(위키문고 수록본, 2026-10-21 확인). (등급 A, 고전 원전 공공영역 / 전사본 CC BY-SA 4.0)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3 ↩4 ↩5 ↩6 ↩7 ↩8 ↩9 ↩10 ↩11
  • [S33] 『시법가수(詩法家數)』 「율시요법(律詩要法)」, 고전 작법서(위키문고 수록본, 2026-10-21 확인). (등급 A, 고적 원문 공공영역 / 전사본 CC BY-SA 4.0)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3 ↩4 ↩5 ↩6 ↩7
  • [S49] 두보(杜甫), 〈춘망(春望)〉, 당대 원시(위키문고 수록본, 2026-10-21 확인). (등급 A, 고전 원시 공공영역 / 전사본 CC BY-SA 4.0)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3
  • [S50] 왕유(王維), 〈산거추명(山居秋暝)〉, 당대 원시(위키문고 수록본, 2026-10-21 확인). (등급 A, 고전 원시 공공영역 / 전사본 CC BY-SA 4.0)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 [S53] 두보(杜甫), 〈등고(登高)〉, 당대 원시(위키문고 수록본, 2026-10-21 확인). (등급 A, 고전 원시 공공영역 / 전사본 CC BY-SA 4.0)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3
  • [S55] 서거정(徐居正) 등 편, 『동문선(東文選)』 권12(정지상 〈제등고사〉, 최치원 〈춘효우서〉 수록), 조선 성종 9년(1478) 편찬(위키문고 수록본, 2026-10-21 확인). (등급 A, 고적 원문 공공영역 / 전사본 CC BY-SA 4.0)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3 ↩4 ↩5 ↩6
  • [S57] 장헌호(張軒湖), 『시법예석(詩法例釋)』(자학고 임인판), 수운망(搜韻網) 공개 PDF, 2022, 19–26쪽. (등급 C, 현대 작법 분류 및 사실 요약 참조)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40 ↩41 ↩42 ↩43 ↩44
  • [S58] 「유수대의 미학 연구(流水對의 美學 硏究)」, KCI 수록 학술 논문, 2013(ART001796713). (등급 C, 학술 논문 초록 및 유수대 정의 참조)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3 ↩4
  • [S59] 성기옥, 『한시의 맛』 서지 및 목차 정보, YES24 도서 안내 페이지, 2019(2026-10-21 확인). (등급 C, 상업 서지·목차 위치 확인) 인용으로 돌아가기 ↩1
  • [S65] 홍매(洪邁), 『용재속필(容齋續筆)』 권3 「시문당구대(詩文當句對)」, 남송 원전(위키문고 수록본, 2026-10-21 확인). (등급 A, 고전 원문 공공영역 / 전사본 CC BY-SA 4.0)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3 ↩4 ↩5 ↩6 ↩7 ↩8
  • [S66] 두보(杜甫), 〈진주잡시(秦州雜詩)〉 제3수, 당대 원시(위키문고 수록본, 2026-10-21 확인). (등급 A, 고전 원시 공공영역 / 전사본 CC BY-SA 4.0) 인용으로 돌아가기 ↩1
  • [S67] 두보(杜甫), 〈곡강이수(曲江二首)〉, 당대 원시(위키문고 수록본, 2026-10-21 확인). (등급 A, 고전 원시 공공영역 / 전사본 CC BY-SA 4.0)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 [S70] 왕만(王灣), 〈차북고산하(次北固山下)〉, 당대 원시(위키문고 수록본, 2026-10-21 확인). (등급 A, 고전 원시 공공영역 / 전사본 CC BY-SA 4.0)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 [S77] 대만 교육부 편, 「심상(尋常)」 항목, 『중편국어사전수정보(重編國語辭典修訂本)』 온라인판, 2021. (등급 C, 어휘 뜻풀이 참조)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 [S78] 「시사격률강좌: 율시적기종대장형식(詩詞格律講座:律詩的幾種對仗形式)」, 문학여법치망(文學與法治網) 온라인 강좌(2026-10-21 확인). (등급 C, 차음대·차의대 분류 단서 참조) 인용으로 돌아가기 ↩1
  • [S80] 두보(杜甫), 『전당시(全唐詩)』 권224 「배정광문유하장군산림십수(陪鄭廣文游何將軍山林十首)」, 청대 편찬(위키문고 수록본, 2026-10-21 확인). (등급 A, 고전 원시 공공영역 / 전사본 CC BY-SA 4.0)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 [S81] 두보(杜甫), 『전당시(全唐詩)』 권228 「등왕정자(滕王亭子)」·「장부성도초당도중유작(將赴成都草堂途中有作)」, 청대 편찬(위키문고 수록본, 2026-10-21 확인). (등급 A, 고전 원시 공공영역 / 전사본 CC BY-SA 4.0)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3
  • [S82] 두보(杜甫), 〈문관군수하남하북(聞官軍收河南河北)〉, 당대 원시(위키문고 수록본, 2026-10-21 확인). (등급 A, 고전 원시 공공영역 / 전사본 CC BY-SA 4.0)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 [S83] 왕유(王維), 〈송재주이사군(送梓州李使君)〉, 당대 원시(위키문고 『전당시』 권126 수록본, 2026-10-21 확인). (등급 A, 고전 원시 공공영역 / 전사본 CC BY-SA 4.0)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 [S85] 양유인(楊維仁), 「근체시대장천설(近體詩對仗淺說)」, 가오슝의학대학 웹사이트 수록 교육문(2026-10-21 확인). (등급 C, 현대 대장 교육 분류 개요 참조)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3 ↩4 ↩5 ↩6 ↩7 ↩8 ↩9 ↩10 ↩11